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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찾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창업과 개업 2020. 10. 14. 20:02
거의 모든(95% 정도) 예비창업자는 아이템 이야기만 한다. 신기하게도 너무 똑같다. 아무리 빛나는 아이디어도 대부분 이미 나왔다가 망했거나 나오기 전에 사라졌다. 그렇다면 그중에 안 망하고 성공한 사람도 아이템만 생각했을까?
무료 창업 상담이라고 적힌 간판이나 현수막을 보고 연락하면 대부분 상담해 주는 사람이 파는 물건을 사서 가공을 거쳐 완성품을 고객에게 팔고 부자 되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본인은 왜 자기 돈으로 하지 않고 남에게 무료로까지 퍼주려 하는지 묻고 싶다. 정말 그 계획대로라면 사업이 망하는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 창업(이라고 쓰고 개업) 해서 망한 적이 있는 사람들도 다시 아이템 이야기만 한다.
안타깝게 자신의 아이템은 블루오션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일했던 업계나 기존 시장이 얼마나 썩어 빠졌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아주 어린 창업자라면 이런 푸념을 하지 않으나,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갑자기 전에 같이 일한 상사와 회사의 부조리에 대한 뒷담화를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물으면 분노를 보인 뒤에 침묵하는 패턴은 나에게 익숙하다.
블루오션이 정말 그렇게 영롱한가? 그곳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남색으로 비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곳에 아무도 살 수 없기 때문에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답답하고 촌스러운 숲을 벗어나 습지를 너머 앞바다의 양식장과 부둣가에 얽힌 폐급 어망을 헤치고 먼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연료가 떨어지고 높은 산도에 배가 통째로 녹아내려 당신 또한 한없이 투명해질지도 모른다.
안 망하고 성공하는 사업가의 대부분은 레드오션으로 간다. 핏빛 바다가 멀리서 핏빛인 이유는, 이미 살기 좋기에 영양과다로 죽어버린 플랑크톤 그 외의 미생물과 시체가 가득한 곳이다. 시체가 있었다는 것은 시체가 되기 전에 어떤 생명체가 살았었다는 흔적이지 않은가?
아이템이 아니면 뭘 보고 창업하나? 고객을 보고 창업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찾아서, 나에게 물건을 살 고객이 누구인지 명확히 하고, 거기에 맞춰서 아이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템의 유행이 끝났을 때 악성 재고가 되어 실패가 반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예를 들어 1990년대 말에 힙합의상을 팔던 사람이 2019년에 하고 있어야 하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아직도 힙합의상을 판다고 해서 승률이 있다고 믿나? 1990년대 힙과 지금의 힙은 너무도 다르다는 이유로 '라때는 말이야를 연발해야 아나?' 2019년도의 힙에 맞춰서 아이템을 만들거나, 복고 아이템의 유행을 위해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가게가 홍대나 이태원에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고객이 오지 않으니까. 아니면 아예 방향을 바꿔서 아동복으로 가도 된다. 1990년대의 힙스터들이 지금은 애아빠니까. 가게 주인도 손자 보는 할아버지가 되었거나 본인도 아빠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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