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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과 한 군데만 집착할 필요 없는 이유
    학습 동기부여 2023. 12. 27. 10:41

    대학 입시 시즌, 특히 정시 시즌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어느 학과에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다가온다. 미리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전공을 수강할 수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만 하면 된다. 학과 보다 학교가 중요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고민은 내가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첫 번째 대학에 진학한 2005년 정도로 거슬러 간다. 첫 번째 대학에서 영문학, 일문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두 번째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경제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졸업한 뒤에도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법학사,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미국법학 법학석사(M.A.), 미국 코네티컷 대학(University of Connecticut) 대학에서 공동학위로 LLM(법학석사 상당) 학위를 각각 취득하면서 얻게 된 감상을 이 글에서 적기로 한다. 지금까지 국내외 고등교육기관에서 취득한 학점의 총합은 380학점이 넘는다.(고려대 178학점, 서울대 64학점, 한국방송통신대학 70학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40학점, University of Connecticut 30학점)

     

    먼저 대학에서 학과를 나누게 된 이유에 대해서 고찰해보면 학생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대학이 가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인 것이다. 현대적인 대학의 발생의 연원을 살펴보면 1100년 전후로 보인다. 볼로냐대학, 파리대학(1150년 전후), 옥스퍼드대학(1167)등이다. 처음에는 신학, 문학, 철학과 같은 종교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에서 현대적인 행정가 육성, 군인 양성 등의 목적을 가지고 이에 따라 학제를 구분하다 보니, 예산제약에 직면하지 않는 학교는 전무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산 제약 하에서 운영하다보니, 효율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기능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기능을 분리하다보니, 현대 대학은 연구가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았으므로, 연구를 본업으로 하고 교육을 부업으로 하는 교수와 같은 직업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대학 선택은 일반고, 국제고, 문이과 선택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교사, 학원 강사, 기타 여러 이름이 붙어 있는 선생님들만 만나왔던 고등학생이, 연구를 본업으로 하는 대학 사회에 대해, 어떤 학교의 어떤 학과에 입학하면 그 공부만 하게 될 것이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등학생까지만 주어지는 학업에 대한 전념이라는 특권이 주어질 때까지만 옳다. 이제, 대학생이 되면 연구자로서의 자질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문학을 전공하기 위해 문학을 전공하는 학과에 입학하게 되면, 심리학에 대해서 궁금해지게 된다. 문학은 언어를 사용하여 허구적인 세계를 만들어 내는 예술인데, 작가가 왜 그 어휘를 선택하여 문장에 배치하고 문장을 어떤 문단에 배치하였고, 시간의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두었으며,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위해 구구절절 분량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자기 합리화라는 심리학적인 현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싶어 지게 된다. 내가 그 주인공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리. 그런데 왜 그 주인공은 그 선택을 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 왜 문학에 등장하는 그 인물은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늘리다 보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지역에 대해 조사하거나, 역사서를 공부하게 된다. 여기서, 역사학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이렇게 본인의 학과 밖으로 2, 3회 정도 담넘기를 시도하다 보면 공부하는 학생에서 연구자가 되어간다.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면, 합리적인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 완전히 박살나게 된다. 사과와 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사과를 고르고, 귤과 사과를 고를 수 있다면 귤을 고르는 학생에게 귤과 배를 고르면 배를 고르는 것을 현실에서 관찰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여기서 다른 조건이 모두 일정하다면(ceteris paribus)이라는 전제 사항에 대해서 탐구하게 된다. 그렇게 가설과 검증을 반복하면서 연구자가 되어 간다.

     

    경영학을 일반선택으로 수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행정학을 수강하고 싶어진다. 경영학은 주로 영리를 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인 기업의 의사결정을 다루나, 행정학에서는 시장에서 완결할 수 없는 재화와 용역까지 공급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다르거나 같다. 그렇다면 영리와 비영리를 오가는 NGO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연구자가 되어 간다.

     

    법학을 연구하게 되면 이번에는 다시 문학으로 담넘기를 잠행하게 된다. 국회에서 입법하지 않았거나 입법취지에 대한 해석이 애매한 사건에 대해 판례를 읽게 되는데, 판례는 실제 등장인물과 실제 사건으로 된 실제의 세계를 법리와 적용으로 다루게 된다. 여기서 내면을 다루던 문학의 세계로 가게 된다. 원고와 피고가 어떤 식으로 의사표시를 하였는지에 대해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각각 진술하게 되면 이것은 희곡이 된다. 단, 여기서 관객은 판사 또는 배심원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학생의 가능성을 펼쳐줄 학교가 어디인가? 학과에 대한 결정은 점으로 하지 말고 면이나 입체로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원서 접수 시기를 본인의 것으로 쟁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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