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서울대 출신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소감
    학습 동기부여 2022. 2. 23. 19:47

    아 내가 방송대 졸업생이다

    고려대학교에 문학사, 서울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경제학사 쯤 있으면 더 이상 공부할 것이 없을 것 같아 보이나? 아니다. 적당히 남이 만들어 놓은 직장에서 남이 하는 일 얻어서 할 때는 결과가 나에게 귀속되지 않기에, 돈 주는 만큼만 일하고 결과에 대해 자기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 직장이 싫어지면 그냥 떠나면 그만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만든 내 직장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사업가로서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느끼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 없이 배우는 방법이다.

     

    어떤 사업이든 창업가가 노동을 더 이상 투입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별 차이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막다른 길에 막힌 것도 아닌데 가려고 해도 갈 길이 없어

     

    이 때 사업가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1. 논다: 어느 순간 부터 다음날이 너무 힘들텐데?

    술 깨려고 또 술 마실 거임?

    2. 그냥 막 플렉스하고 지른다: 어느 순간 부터 더 사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물건 사기도 귀찮아질텐데

    3. 회삿돈 빼서 탕진 잼: 그런다고 소문 나면 되던 사업도 기울텐데? 도박했다고 하면 갚을 필요 없다고 어디서 줏어 들었나?

    사업해서 망했다고 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사업해서 번 돈을 여기로 가져 갔다고 한다

    4. 사업이 성숙하기 시작 했으니 다음 사업을 준비한다.

    나의 경우는 4번 선택지가 가장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나의 성취가 어떠했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성취나 실패 그 어떤 것도 나의 미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

    돌이켜보면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를 위해서 가장 고생한 사람들이 변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네들이 왜 나에게 때로는 엄하게 회초리를 들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서 나는 다시 학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3학년이 되었다.

     

    학업 난이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우선 교수님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매우 제한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교수님께 잘 보이고 출석을 잘 해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전통적인 대학에서만 통하는 방법이 방송대에서는 일절 통용되지 않는다. 제출하는 과제는 많은 경우 https://www.turnitin.com/ko 으로 표절을 검사하여, 표절율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학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연구 윤리 위반에 매우 엄격한 편이며, 학자로서의 자세를 배우기에 충분한데, 이는 직업 윤리를 바로 잡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교재를 구입하는 절차가 매우 간소하다.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과거 학교 앞 복사집에서 무단 복제하던 시절과 다르게 책을 구입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든다. 돈이 있어도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책도 있을 뿐더러, 살 수 있지만 배송이 오래 걸리는 책도 많았다. 그러나 방송대에서는 방송대 출판부에서 단권화 내지는 기본서+워크북 만으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으며, 시험 대비는 유노캠퍼스 각 과목별 자료실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 기출문제 입수도 용이하다. 전통적인 학교라면 '족보'를 손에 넣기 위해 부조리도 겪어야 하지만, 방송대에는 그런 것이 없다.

     

    무엇보다 통학시간이 0시간이라는 점은 엄청난 강점이다. 서울대학교에 다녔을 때는 집이 어디여도 학교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집이 역세권이어도 역 앞에서 시내버스 내지는 셔틀버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줄이 매우 길어 세 대 정도 기다리고 싶지 않으면 수강신청을 잘 해야만 했다. 그러나 방송대에서는 학교가 내 손 안에 있다. 

     

    직업이나 육아와 병행할 수 있다. 이것은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업가가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일을 관둘 필요가 없다는 매우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저녁 술자리를 피하기 위해 가장 좋은 핑계로 방!송!대!를 외치면 된다. 학부모라면 아이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가 부모를 따라 학구열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한폐렴 이후로 개인의 정체성은 자기가 정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실없는 농담이나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날 이유가 없어졌으니, 아낀 시간으로 잊고 있던 학구열에 다시 불을 붙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오라. 서울대 출신과 동문이 될 수 있다.

Designed by Tistory. Daehoun 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