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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유망 학과에 진학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학부모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이유be wise 2022. 2. 21. 16:26
아이들을 어떻게 취업 잘 되고 돈 잘 벌것 같은 유망학과에 진학시킬까 고민하시는 학부모님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항상 같은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데나 점수 맞춰서 가장 높은 대학에 진학한 뒤에 할 고민이라고.
먼저, 이와 같은 질문에 대답을할 수 있는 사람이 저 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문학사, 서울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경제학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고 이번주 수요일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법학사 학위를 수여받을 예정인 안대훈입니다.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간 것이 2005년이고 두번 째 학사 학위를 받은 것이 2018년이니 동북아시아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수준의 학부 재학기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도중에 자력으로 추천장 단 한 장이나 클라이언트 인턴(속칭 갑을 관계에 있어서 갑에 해당하는 사람이 을에 해당하는 회사에 자녀를 인턴으로 일하게 하는 것) 한 차례 한 적 없이 외국에서 정사원으로 첫 직업을 시작했던 사람이므로, 대학 교육과 취업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먼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의 목표 중에 취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제발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명문대 취업률 통계를 보아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1월 마다 발표하는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자료를 찾아보면 흔히 이름이 알려진 대학의 취업률은 70% 전후입니다. 어느 대학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졸업생 중 30%는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도 없고 취업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얻는데 실패한다는 것 입니다. 물론 이 통계에서 진학자는 통계 자체에 산입을 안 하는 것이므로 30% 전후가 백수가 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것 입니다.
게다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에게 열려 있던 대기업 공채 또한 채용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자릿수도 많은 것이며, 보훈대상자나 장애인이 아니면 서류 통과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입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필기시험장에 초대된다고 하더라도, 토익이나 토플 같은 공개적인 시험과 달리 출제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항변할 절차 따위는 없습니다. 아주 불공평하죠? 참을만 한가요?
운 좋게 면접에 들어가게 되면 그 회사 직원이 과연 면접관으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면접을 대행해주는 업체 직원이나 관상가가 나올 확률이 더 높습니다. 열심히 면접 연습해도 결과는 첫 5초에 정해져버립니다. 성형 수술이나 풀메이크업 해도 못 바꿉니다.
임원 면접까지 갔다고요? 입사한지 2년만에 그 임원이 퇴사하거나 해임되는 것을 자녀분이 목도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처음으로 취업했던 은행에서도 제 면접에 들어온 사람이 입사 2년차에 퇴사했습니다.
힘들여서 취업한다고 해도 자녀분이 번듯하게 양복입고 출퇴근할 것 같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현실은 온라인게임하듯 메타버스로 출퇴근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방구석 여포같아서 쫓아내셔도 소용 없습니다. 어디 갔는지 알아보면, 역 근처에 코워킹이거든요.
정말 성공적으로 자녀분이 취업에 성공해서 안정적으로 직업을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첫 급여에서 전혀 인상이 없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고용주가 매우 관대해서 물가상승률에 비례해서 급여를 올려준다 하더라도, 소득세와 4대보험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예정이며, COVID19이후로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은 겉으로만 양적완화를 끝내겠다고 말하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려고 하지만,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는 내려가는 유동성 폭발의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며, 급여의 가치는 추락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어느 직장에 취직한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집에 머물거나 집 구하게 돈 달라고 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자녀분을 대학에 보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렸다면 그 다음으로는 유망 학과에 지원하지 않는게 나은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2005년에 첫 대학을 들어갔을 때 유망 학과라고 불리는 과는 문과에서는 경영학과 였습니다. 로스쿨이 생기면서 주요 명문대에서 법학과가 폐지되면 경영학과가 입학 성적이 가장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죠. 그러면 경영학과 졸업 후에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가 된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냐고요? 아버지가 일하시던 로펌에 취직했거나 저에게 창업문의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문사철 같은 찬밥과였던 친구들은 각종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에서 강점을 보이며 불안정해보이는 직업으로 첫 직장을 가졌는데, 그래서인지 일단 겁이 없습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거기서 일하면 되고 되는 대로 받으면서 마케팅과 블로그를 통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물건 살 때 고민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고향이 시골인 친구들은 고향에 돌아가서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과에서는 전기전자전파, 화학, 기계가 성배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학부를 마칠 때 쯤 학부 졸업으로는 도저히 인간 대접을 받기가 힘들거나 단기 퇴사의 길을 걷게 되거나 석박사 진학으로 돌아섰습니다. 석박사로 들어간 뒤에는 높은 수준의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한 실습비를 댈 수 있는 친구들만 원하는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그저 받아들이거나 직계 전환을 위해 MBA 지원서를 작성하기 위해 추천서를 써줄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이 전자제어로 대체 되어 더 심합니다.
인기 학과에 줄을 섰던 사람들은 애써 괜찮은 척 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상사에게 잘 보이면 승진하던 시대도 우한폐렴 이후로는 끝난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를 대입해보면, 자녀분이 대학 입학 원서를 작성할 시기에 가장 인기있는 학과가 졸업할 시기에 그저 그런 학과가 되고, 되레 비인기 학과가 새로 시작할 만 하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죠? 아니나 다를까, 요즘 가장 핫한 코딩은 머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나 워드 수준으로 내려갈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미 2년 정도 전부터요. https://tkim.co/2020/04/19/no-code/
이제 자녀분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자율성과 자발성밖에 없습니다. 부모님들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 쯤은 인정하실테니, 자녀분이 아무 것이나 하고 싶은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낫습니다. 입학 성적으로 갈 수 있는 학과 중에 자녀분이 원하는 학과와 가장 비슷한 학과가 있는 학교 중에 입시성적이 높은 종합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나은 대안입니다. 일단 신입학을 그렇게 한 뒤에, 자녀분이 진학하신 학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학교에서 다른 전공을 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편입학을 하게 되면 자녀분이 상당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우선 목표 대학에 들어갈 경쟁자가 또래 학생 중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입니다. 분명히 들어갈 성적이지만, 제한된 입학 정원 때문에 우리 아이가 가지 못했던 대학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는 것 입니다. 무엇보다, 편입학에 성공하려면 미국 대학원 유학을 갈 수 있을 수준의 영어와 전공 지식을 테스트하게 되는데, 자녀분이 이런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공부다운 공부를 스스로 해 내 갈 기회를 주시게 되는 것 입니다.
4차산업 시대는 예측하고 선제대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우 짧아진 제품수명과 주기에 맞추어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제 저의 글을 읽으셨으니 취업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 입시에만 집중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녀분과 학부모님 스스로의 유전자를 믿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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